인간극장 ‘우리집 우리학교’ 리뷰|15세 대학생보다 밥그릇

열다섯 살에 대학에 들어간 아이가 있었습니다. 인간극장 ‘우리집 우리학교’에 나온 여섯 남매의 첫째 초원이입니다. 홈스쿨링을 한 아이가 검정고시를 거쳐 전남대 심리학과에 합격했다니, 이 가족을 소개하기에 이보다 눈에 띄는 결과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방송을 다 보고 난 뒤 제 머릿속에 남은 것은 초원이의 대학 합격이 아니었습니다. 밤늦게 돌아올 언니를 위해 동생들이 챙겨둔 밥그릇 하나였습니다.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는 말부터 보였다

처음부터 이 가족을 편하게 본 것은 아닙니다. 여섯 남매를 모두 집에서 가르친다는 소개를 듣자 사회성은 괜찮을지, 공부가 뒤처지지는 않을지 걱정부터 했습니다. 솔직히 부모의 교육열이 지나치게 강한 집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정해영 씨와 이송용 씨는 카이스트 대학원 선후배로 만난 부부입니다. 대기업에서 일하던 두 사람은 남편이 품어온 교육 선교의 꿈을 따라 몽골로 떠났고, 이후 인도네시아에서도 살았습니다. 첫째가 취학할 무렵 집에서 아이를 가르치기 시작해 귀국 후에도 홈스쿨링을 이어갔습니다.

이 가족의 교육에는 신앙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공부와 생활, 신앙을 분리하지 않고 가정과 공동체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처치홈스쿨’입니다. 종교적 교육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배경을 빼고는 부부가 왜 이런 생활을 선택했는지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낙제’ 대신 ‘돌아갔다’

제가 가장 유심히 본 것은 아이가 잘했을 때보다 막혔을 때 부모가 보인 태도였습니다.

셋째 예원이가 공부하던 진도를 다시 반복하게 되자 엄마는 낙제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앞부분으로 ‘돌아갔다’고 표현했습니다. 결과는 같아도 아이가 받아들이는 마음은 전혀 다를 것 같았습니다. 뒤처졌다는 말에는 남들과 비교한 순서가 들어가지만, 돌아갔다는 말에는 다시 해볼 자리가 남아 있으니까요.

집안일도 아이들이 함께했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아침을 차리고 어린 동생들도 식탁을 닦거나 옷을 정리했습니다. 교육을 따로 시작하고 끝내는 시간이 있는 게 아니라, 여덟 식구가 함께 사는 하루 자체가 수업처럼 보였습니다.

방송 당시 첫째 초원이는 열다섯 살에 대학에 입학해 순창에서 광주까지 통학하고 있었습니다. 늦은 밤 지쳐서 돌아오는 날이면 동생들은 언니의 밥그릇을 먼저 꺼내두었습니다.

열다섯 살의 대학 입학은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는 성과입니다. 하지만 언니가 없는 밥상에서도 언니의 자리를 잊지 않는 마음은 시험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야 부부가 말한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는 교육 목표가 조금 구체적으로 보였습니다.


문고리에 걸어둔 쿠키

가족은 동그랑땡을 넉넉히 만들어 마을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리기도 했습니다. 반찬을 가져갈 때 막내를 함께 데려간 이유도 아이 얼굴을 보여드리는 것이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당근마켓에서 키보드를 무료 나눔 받았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상대방은 키보드를 문고리에 걸어두겠다고 했고, 저는 그냥 가져오기에는 너무 고마워서 직접 구운 쿠키를 포장해 그 자리에 걸어 놓고 왔습니다. 얼굴 한 번 마주치지 않았지만 마음은 따뜻해졌습니다.

이 가족의 동그랑땡과 제 쿠키가 똑같은 마음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누군가를 생각한 마음이 말로 끝나지 않고 손을 움직이게 했다는 점은 닮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배운 것도 그런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홈스쿨링이 모든 아이에게 좋은 교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방송에 담긴 모습만으로 여섯 남매가 이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알 수 없고요. 처음 품었던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 가족을 보기 전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눈에 들어왔습니다. 방송을 다 보고 나서는 늦게 돌아올 사람의 밥그릇을 미리 꺼내두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제가 기억한 장면이 달라진 만큼, 이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도 처음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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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KBS 인간극장 - 우리집 우리학교 (2022. 3. 28. ~ 4. 1.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jsIW-SX7G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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