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날아라 독수리 오형제’ 리뷰|엄마는 아플 시간도 없었습니다

부모는 아플 시간조차 없습니다. 예전엔 이 말이 조금 과장처럼 들렸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말의 무게를 알 것 같습니다. 자기 건강보다 가족의 하루가 무사히 흘러가는 걸 먼저 챙기는 사람들. 이번 인간극장을 보면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건 체조를 하는 오형제도, 다섯 아들을 먹이는 분식집도 아니었습니다. 아픈 몸으로도 가족을 먼저 걱정한 엄마 명숙 씨였습니다.


서로 다른 다섯 아들의 아침

넷째가 졸린 눈으로 세수하러 가고, 셋째가 슬그머니 형의 빈 그릇을 챙기고, 장남이 동생들 이부자리까지 정리하고 나가는 아침.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면서 다자녀 가정이라는 건 아이가 여럿 있는 것을 넘어,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우주가 다섯 개 공존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집도 동생이랑 저랑 성격이 완전 반대라 엄마가 매번 다르게 대해주셨어요. 명숙 씨는 그걸 다섯 배로 해내고 계신 셈입니다.

큰형을 보고 둘째가 체조를 시작하고, 둘째를 보고 셋째가 따라가는 과정도 인상 깊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형이 하는 걸 보고 동생이 자연스럽게 따라갑니다. 체조는 다섯 형제를 묶어주는 중요한 생활이기도 했습니다. 큰형이 시작한 운동을 동생들이 차례로 따라 하면서, 형의 뒷모습이 자연스럽게 다음 아이의 길이 됐습니다. 부모가 다섯 아들을 키운 이야기이면서, 형이 동생을 이끌고 동생은 다시 그 아래 동생을 챙기며 자란 형제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병원을 자꾸 미루는 엄마들

영진 씨가 새벽 5시부터 조선소에서 일하고 돌아와 옷도 못 갈아입고 분식집 일을 돕는 장면에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하루 일과 하나만 끝내도 녹초가 되는 저와 달리, 이 부부는 하루에 두 개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편에서 저를 가장 붙잡은 건 갑상선 수술을 앞둔 명숙 씨였습니다. 3년 전부터 혹이 있다는 걸 알고도 아이들 챙기느라 계속 미뤄왔다는 대목에서, 저는 저희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엄마는 위가 약하십니다. 외할아버지도 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평소에도 속이 쓰리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병원에 모시고 가려 하면 늘 "괜찮아, 약 먹으면 낫는다"고 하시며 한사코 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급성 위경련이 와서 응급실에 실려 가셨어요. 저는 그때 회사에 있었는데, 전화를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손이 떨려서 택시를 잡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 뒤로 엄마한테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시라고, 위경련 약도 떨어졌는지 잘 보시라고 전화 할때마다 신신당부하게 됐습니다.

명숙 씨가 수술 설명을 듣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도, 수술을 앞두고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찾아가는 장면에서도 저는 자꾸 저희 외할머니가 보였습니다. 

외할머니도 명숙 씨 같은 분이었습니다. 큰외삼촌이 국수공장을 하셨는데, 외할머니는 그 국수를 이고 시장에 나가 파셨습니다. 차가운 의자 하나 놓인 구석 자리에서요. 공장에 오는 손님만 받아도 충분하다고 엄마와 외삼촌이 몇 번을 말려도 외할머니는 기어코 시장으로 나가셨다고 합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오시려던 마음이었겠죠. 시장 바닥의 냉기가 다리로, 허리로 다 올라왔을 텐데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그 딸의 엄마도 아픈 걸 참으며 살았다는 사실이, 이 방송을 보는 내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엄마가 자리를 비운 날

명숙 씨가 수술받는 동안 가장 놀라웠던 건 오형제였습니다. 큰아들부터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나누고 어린 동생을 챙겼습니다. 평소에는 엄마가 돌보던 가족의 일상이 형제들의 몫으로 넘어왔고, 아이들은 서툴러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였습니다. 다섯 아들이 돌봄을 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며 자랐다는 사실도 이때 더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동시에 평소 명숙 씨가 맡아온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도, 엄마가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또렷하게 드러났습니다. 형제들이 힘을 합쳐 빈자리를 메우는 모습은 든든했지만, 한 사람이 멈추자 가족의 일상이 크게 흔들린다는 사실은 마냥 흐뭇하게만 볼 수 없었습니다.

수술을 마친 명숙 씨가 다시 가족에게 돌아온 모습에는 안도했지만, 분식집 일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습니다. 이번만큼은 가족보다 자신의 몸을 먼저 살폈으면 했습니다.


9년 뒤 다시 만난 독수리 오형제

방송이 나간 지 9년 뒤인 2020년, 울산 지역 언론이 이 가족을 다시 만났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부모님이 운영하던 ‘독수리오형제분식’은 진장점과 농소점으로 이어졌고, 농소점은 첫째와 둘째 아들이 맡고 있었습니다. 형을 따라 체조를 시작했던 어린 동생들까지 어느새 어른이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거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방송 속 오형제는 서로 다른 성격만큼이나 자라는 속도와 선택도 달랐습니다. 그래도 형의 뒤를 동생이 따라가고, 누군가의 빈자리가 생기면 다른 형제가 채워주던 모습은 9년 뒤에도 이 가족을 설명하는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방송을 보고나서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습니다. 위경련 약은 안 떨어졌는지, 요즘도 속이 쓰린지 물었습니다. 언젠가 저도 제 딸에게, 제 엄마와 외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아픈 걸 숨기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봐 조금 겁이 났습니다.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엄마에게 무조건 참지 말라고 다그치기보다, 아플 때 가장 먼저 내게 알려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전화를 끊기 전, 엄마에게 “아프면 바로 말해줘”라고 다시 한번 부탁했습니다.


•  독수리오형제 진장점: 울산 북구 진장유통로 90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1층

•  독수리오형제 농소점: 울산 북구 매곡로 7,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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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KBS 인간극장 - 날아라 독수리 오형제 (2011. 5. 2. ~5. 6.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dMGMjQeTfKg&t=5s

독수리오형제 근황

https://www.youtube.com/watch?v=kdOIOUr4s9o 

https://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0414&u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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