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안녕! 우리는 김밥 트윈스' 리뷰|얼굴과 목소리, 마음까지 똑닮은 두 사람

저에게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네 살 터울인데 둘도 없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저랑 동생은 너무 다르게 생겨서 자매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들 놀랍니다. 눈매도 다르고 체형도 다르고, 어디 하나 닮은 구석을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번 인간극장 김밥 트윈스를 보고 동생이 저랑 똑같이 생겼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을 해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 속에 또 하나의 내가 서 있고, 그 사람이 바로 내 동생이라면.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면서도 묘하게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새벽 다섯 시, 언니 미선 씨의 현관문이 열립니다. 그런데 향하는 곳은 밖이 아니라 바로 옆집입니다. 문을 열자 거울을 보는 것처럼 똑같은 얼굴이 서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 자매 미선 씨와 미경 씨, 5분 차이로 세상에 나온 두 사람이 이제는 김밥집 사장님이 되어 매일 아침을 함께 엽니다. 닮은 얼굴, 닮은 목소리. 그런데 그 안에 담긴 삶은 생각보다 훨씬 깊었습니다.


닮은 얼굴, 오해와 애정 사이

두 사람은 남편도 헷갈리고 자식들도 헷갈리는 쌍둥이입니다. 형부가 아내인 줄 알고 처제에게 다가가려다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생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줄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싶었거든요.

태어날 때부터 한 몸처럼 붙어 다녔다는 두 사람은 간호조무사라는 직업도 함께 택했고, 결혼 후에도 옆집에 살기를 선택했습니다. 언니는 남매를, 동생은 딸 셋을 키우는데 다섯 아이들마저 서로를 쌍둥이처럼 여기며 자랍니다.

밥상에 앉을 때도 꼭 붙어 앉고, 싸울 때도 서로에게만 온전히 화를 낼 수 있는 사이.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제 동생 생각도 났습니다. 저와 제 동생은 얼굴은 안 닮았어도 어릴 때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방을 나눠 쓰면서 별거 아닌 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다퉜던 기억이 납니다. 네 살 터울이 어릴 때는 꽤 크게 느껴져서 저는 언니라는 이유로 늘 양보해야 했고, 동생은 동생대로 억울한 게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흔이 넘은 지금은 그 시절 싸움들이 다 무슨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서로에게 가장 편한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방송 속 두 자매를 바라보는데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발을 다쳐 절뚝이면서도 혼자 김밥을 말아내는 미선 씨를 보는데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저 동생 몫까지 해내려는 그 마음이 화면 너머로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저도 요즘은 동생이 조금이라도 힘들어 보이면 예전보다 훨씬 마음이 쓰여서 더 많이 챙겨주거든요. 


상처와 재기, 김밥이 준 삶

이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미경 씨 남편의 이야기였습니다. 3년 전 갑작스런 병환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남편. 코로나 시기라 겨우 두 명만 면회가 허락됐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 큰딸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였다고 합니다.

그 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동생을 지켜보며 언니 역시 마음의 병을 앓았다고 합니다. 일기장 속 기록을 읽어주는 장면에서는 사람이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은 결코 드라마처럼 극적이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 그것이 전부였던 거죠.

저도 몇 년 전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동생이 별말 없이 제 옆에 있어준 적이 있습니다. 무슨 대단한 위로를 해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같이 밥을 먹고, 같이 걸어준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버틸 힘이 되어주더군요.

두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노점 김밥. 서른 줄을 준비했지만 겨우 세 줄밖에 팔지 못했던 첫날.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김밥집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매의 김밥은 좀 달라보였습니다. 여러 번 말리고 눌러야 비로소 하나가 되는 김밥처럼, 두 사람의 삶도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져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산다는 것, 가족이라는 김밥

부모님이 계신 하동으로 생일을 맞아 내려가는 장면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따뜻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대금 장인인 아버지가 직접 만든 접이식 상, 아이들을 위해 키우는 닭과 버섯, 딸들 몰래 준비한 롤링페이퍼까지. "낳길 잘했다."라는 최우수상 상장을 받아 들고 웃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가족이란 결국 서로를 향한 크고 작은 정성의 총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경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 재료가 한데 말려 하나의 김밥이 되듯, 자신들의 인생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진 김밥 같다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김밥이 더 이상 음식이 아니라 한 가족의 삶처럼 느껴졌습니다.

저와 제 동생도 얼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달라서 왜 이렇게 안 맞나 싶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 잘 채워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슬픔과 기쁨을 함께 말아 여기까지 온 두 사람. 둘이 함께라면 무서울 것이 없다는 그 담담한 고백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오늘 하루 조금 지치셨다면 오랜만에 형제나 자매에게 안부 전화 한 통 걸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별말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냥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테니까요.


김밥 트윈스 자매 근황

방송을 보고 난 뒤 두 사람의 근황도 찾아봤습니다. 지금도 양산에서 세일러조 김밥을 운영하며 많은 손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고, 유튜브 채널 '세일러트윈스'​를 통해 일상도 꾸준히 나누고 있었습니다.

방송 속에서 보았던 것처럼 지금도 함께 웃고,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두 자매가 지금처럼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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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양산 세일러조 김밥 - 경남 양산시 물금읍 서들8길 49 102호

세일러트윈스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sailor-jo

 KBS 인간극장 (4647회) - 안녕! 우리는 김밥 트윈스

https://www.youtube.com/watch?v=MsRVxn4YJ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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